방학이 시작되면서 은서의 책을 샀다.
몇 달 전부터 계속해서 사고 싶어서 당근마켓에 키워드를 걸어놨던 안녕마음아와 내 친구 사회공룡을 우연히 김현아에 갔다가 그레이트 북스를 보고 상담을 받다가 덜컥 사버렸다. 그리고 택배가 오기 전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번에 산 책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읽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 언니가 한 말이 생각났다. "부모가 책을 읽지 않는데, 아이가 책을 읽으려고 바라는 건 욕심아니야? 부모도 읽으면서 같이 책 읽자 하는 환경이 되어야지. 무조건 아이가 책을 안 읽어서 고민이에요.라고 말하는 건 욕심이잖아."
그랬다. 나도 도서관에 가서 은서 책은 20권씩 빌려오면서 정작 빌려온 내 책 2권은 읽지도 않고 반납하는 일이 수두룩했다. 그래서 마음을 먹고 최근에 새로 산 책인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계기는 혜윤언니가 인스타에서 태그 걸어준 어떤 글이 나에게 너무 와닿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은서의 친구 관계 때문에 고민하던 나를 위한 어떤 언어가 담긴 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가 다른 친구랑 놀지 말라고 할 때 다른 친구랑 놀아보니까, 네가 더 생각나더라. 걱정하지 마, 너랑 노는 게 난 늘 즐거워. 이런 따뜻한 말들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래서 혜윤언니에게도 이 책을 사서 선물해 보고, 나도 그 책을 구매해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제야 읽었다.
나름 나에게 마음에 깊이 다가왔던 몇 가지 글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누군가의 가치관이나
선악의 기준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직접 질문하는 것보다
더 간단하고 정확한 방법이 있다.
그 사람이 무엇을 바라보며
자주 미소 짓고, 웃는지
눈여겨 보는 것이다.
Ludwig Josef Johann Wittgentsein
나는 최근에 무엇을 바라보고 웃었을까. 아마도 가장 나를 많이 웃게 한 건 은서 아닐까. 그리고 가장 나를 많이 슬프게 한 것 또한 은서 아닐까. 그렇다. 나는 내 인생의 절반은 은서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은서가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런 은서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미소 짓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내 욕심이 점점 과해지는 것 같다. 은서는 겨우 만 4살인데, 너무 많이 바라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 많이 기대하고 그래서 내 기대만큼 못해줬을 때 실망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밥을 잘 먹어주는 것을 바라고 밥을 그만큼 먹어주지 않으면 실망하고, 적당히 놀면 집에 갈 때도 응! 가자! 하고 가는 것, 이것 또한 4살이 이뤄내기 너무 어려운 것들이 아닌가. 그런 은서에게 그런 것들로 화내고 혼내서 결국 엄마 미안해라고 하는 말을 하게 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이 맞나 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열정이 뜨겁다고 계속 겉으로 시끄럽게 표현하는 사람은, 일상에서 충분히 자신의 열정을 태우지 못했기 때문에 말로 그걸 대신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열정은 꾸준한 온도로 보여주는 것이지, 순간적인 소리와 아우성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열정은 스스로 일상에서 태우며 가치를 발하는 것이지,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통해 가치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렇다.
나도 뭔가를 하고 싶고 잘하고 싶을 때 주변에 자랑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내가 엄청 열심히했다. 이런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말로 설명하지 않았는가. 사실 내가 잘하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다면 내가 굳이 티 내지 않아도 주변에서는 그런 것들을 알아줄 것이다. 예를 들면, 나가 내 자신을 위해서도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면 굳이 내가 주변에 나는 아침에도 운동하고 점심에도 운동해! 이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요즘 운동 열심히 해? 몸이 좀 좋아 보여~라고 말해줄 수 있다. 그니까 누구에게 비치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 그냥 나 자신에게 만족을 위한 내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무언가를 보며 살지만,
모두가 보고 있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지만,
모두가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값진 것으로
삶을 가득 채우고 싶다면,
여기에는 뭔가 있다는 열정의 눈으로 보라.
너무 좋은 말인 것 같다. 나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서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운다. 종희는 나에게 스몰톡을 잘한다고 그렇게 어른들과 대화를 쉽게 대하는 것이 부럽다고 했다. 나는 종희의 자신에게 열중하고, 자신만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그렇게 부럽다. 그러니 서로 다른 점을 보고 부러워 하는 것 같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1. 모든 문제는 풀기 위해서 얽혀 있는 것이다.
2. 지금 나는 확실하게 잘되는 과정에 있다.
3. 많은 돈이 아니라, 굳은 의지가 나를 키운다.
4. 내 하루는 귀한 것으로 가득하다.
5. 좋은 기회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찾아온다.
6. 중간에 멈추지 않으면, 원하는 곳에 도착할 것이다.
7. 나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살고 있다.
8. 나는 말과 행동으로 희망을 그릴 수 있다.
9.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걸 잡을 수도 있다.
10. 나의 모든 현실은 내가 원한 것들이다.
20대의 나는 내가 고생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할 때, 한 후배는 나에게 말해줬다. "누나, 그렇지 않아요. 누나 되게 고급스럽게 생겼는데?" 그래서 그 때 나는 생각했다. 나는 너무 나 자신을 깎아내리고 사는구나. 물론 그 시절의 나는 가정환경에 대한 원망도 많고 그래서 누구보다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했고 누구보다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의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악착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0대가 된 나는 누구보다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가꾸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 바뀌었다. 과거의 내가 나 자신을 채찍질한 덕분에 많은 성장을 했고, 나 자신을 너무 많이 깎아내린 덕분에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고 실천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은서를 사랑하고, 남편을 사랑하고, 가족 모두를 사랑하고, 내 주변 사람까지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나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살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 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은서도 누구보다 잘 키울 수 있는 엄마이며, 남편에게도 누구보다 잘하는 아내일 수 있고, 엄마에게는 누구보다 잘하는 자식, 시부모님께는 누구보다 잘하는 며느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그 생각이 변하지 않기 위해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히 알고 있다.
'이 정도면 됐어, 끝내자.' 라는 생각은
보통 인간의 신체적인 욕구에서 나온다.
하지만 지성인이라면, 신체가 내리는 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하며, 생각을 잡고 있어야 한다.
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이 문구가 나에게 기억에 남은 이유는 단 하나이다. 운동할 때 포기하려는 나를 위해서 기억하려고. 나는 진짜로 이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물론 요즘 운동을 이 것 저 것 시작해서 여러 가지를 하기는 하지만, 그 운동을 할 때마다 나는 나에게 자주 타협을 한다. 그래 점심에 또 운동할 거잖아. 그래 내일 또 운동할 거잖아. 하면서 최대한의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선을 지켜서만 운동하려고 한다. 그래서 기억하려고 적어보았다. 지성인이라면, 신체가 내리는 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하며, 생각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늘 '이 정도면 됐지? 라는 마음이 아닌,
'내 마음과 같은 표현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태도로 다가가야,
좀 더 마음과 유사한 표현을 찾아
공감이 가득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공감력이 곧 인간의 지성이며,
배려하며 배운 만큼 공감할 수 있다.
진짜 좋은 말이다. 공감력이 곧 인간의 지성이다. 이 전에는 SNS에서 누군가를 응원하는 글을 쉽게 남기지 못했다. 그냥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아줌마가 되어서 그런가) 그냥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졌다. 그냥 운동을 같이하는 분들에게 오늘 운동 같이해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운동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저도 닮고 싶다. 이런 말을 하고 싶다던지, 아이를 키우는 주변 엄마들에게 그런 방법은 너무 어려운데 너무 잘해주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응원해 주고 싶다던지. 이게 아마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내가 공감한 만큼 나도 공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인 것 같다. 아줌마가 되는 게 뭐가 무섭냐. 아줌마스러울수록 더 쉽게 공감한 것을 표현할 수 있고, 그래서 그 사람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 (그래도 너무 오지랖이 넓어지지는 말자.)
1. 잘하려고 하지 말자.
2.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자.
3. 나를 못난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자.
4. 상대가 잘났다고 생각하지 말자.
5. 세상이 모두 내게 집중한다고 생각하자.
6. 천천히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다.
7. 내 진심은 누구보다 따뜻하다고 생각하자.
비트겐슈타인이 두려움을 극복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면 이렇게 생각하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나도 요즘은 나에게 포커스를 맞추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주어지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으며, 내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처음이고 어려워서 그렇다. 배우면 더 잘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그냥 그 말만 하지 않기 위해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그 배운 것을 남에게 알려줄 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고 그 또한 다시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의 가치가 높아지고, 내 자존감도 많이 상승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
내가 불편하면 모든게 불편하고,
내가 편하면 모든게 편안해진다.
내가 좋아야 모든게 좋은 것이고,
내가 만족하고, 웃을 수 있어야
나도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내가 이 문구를 기억하려고 한 건 남편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서다. 남편은 같이 일하는 분이 의사소통이 너무 안 돼고 같이 일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너무 진행이 안되 답답하다고 했다. 나는 남편에게 조언했다. "그냥 말해. 도저히 답답하다고.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2주 동안 아무것도 안 해주시는 건 너무하시지 않냐고. 저는 도움이 필요하고, 그 도움을 안 주시는 이유를 알고 싶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일하면서 불편한 부분은 충분히 표현해야 하고, 그것은 감정과는 다르다. 그 순간 그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표현하면, 나 또한 표현하지 않아 마음에 불편한 것이 해결되고 그 사람 또한 자기가 무엇을 못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바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나도 그 일에 더 만족할 수 있으며 일이 끝났을 때 찝찝한 기분이 남지 않는다고. 그래서 남편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서 이 문구를 기억해 두었다.
즐기는 삶도 중요하지만, 그 즐긴 순간을 오랫동안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즐겼던 순간을 글로 기록하는 게 좋다. 기록하면 기억이 되고,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즐겼는지 알 수 있으며, 감정까지 남길 수 있어서, 글의 수준이나 가치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자신에게 이득이다.
요즘 은서의 SNS를 잘하지 않는 나에게 또 와닿게 된 문구라서 남겼다. 나는 사실 그렇다. 요즘 은서의 일상에 대해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정말 많아졌다. 작은 말 한마디 한마디 소중한 말들도 많고, 작고 소중하고 너무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글로 남기지 않으니 까먹었다. 까먹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은 게으른 나에 대한 반성이다. 그래서 다시 SNS에 글과 함께 그날의 일들을 기록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일이 사소했을지라도.
그러니 그대여,
끊임없이 시작하라.
이 책의 가장 마지막 문구이다. 올해 나는 얼마나 많은 목표를 세웠으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작했다가도 얼마나 많이 포기했는가. 중간에 멈추었는가. 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괜찮아졌다. 왜냐면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재작년에 어깨가 너무 아파서 굽은 자세 때문에 시작했던 수영은 어느덧 1년 9개월 동안하고 있으며, 작년에 이직을 하면서 나에게 선물로 주려고 시작한 PT와 헬스는 지금의 운동하는 나를 만들었고, 꾸준히 관리하는 나를 만들었다.
비록 나는 올해 계획한 수많은 것들을 중간에 포기했지만 (중국어 공부 라던지 전자기기 기능사 라던지) 괜찮다. 또다시 시작할 힘이 생겼으니까. 나는 욕심이 너무 많고, 그것들을 다 이루지 못해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 욕심의 50%만 이루어도 난 정말 멋진 삶을 살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바로 다른 책을 꺼내어 들었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그리고 은서에게 책 읽는 엄마가 되어 책 읽는 은서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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